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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소병청명] 페르소나 (4) ※ 전생기억환생패러디 + 이능력 세계관   - 부탁이 있어. 피를 뒤집어쓴 남자가 들어오자마자 말했다. 저보다 크고 길쭉한 책사들에게 둘러싸여 지도를 짚던 수척한 군사가 느릿하게 시선을 들어올렸다. 밑이 거뭇거뭇한 눈동자가 흘긋 눈짓하자 우르르, 모두가 일시에 남자의 양 옆을 스쳐 지나갔다. 그들의 가장 강한 아군임을 알면서도 눈을 마주치기 두렵다는 듯 고개를 푹 숙이고서. 임소병은 그들을 탓하지 않았다. 어쩔 수 없는 반응이지.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저 살기 앞에선. 그가 유이설을 존경하는 이유기도 했다. 단순히 익숙해진 그와 달리 그건 진짜배기 정신나간 신뢰였으니. 그나저나 부탁이라. - 도장답지 않군요. 책사는 태연하게 지도와 장기말을 정리하며 지적했다. 부적절한 단어 선택과 주변 시선을 무시하는 태.. 2025. 3. 18.
[소병청명] 페르소나 (3) ※ 전생기억환생패러디 + 이능력 세계관    “저를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!” 임소병이 비행기 안쪽, 둥그런 ‘오락 공간’에 사람들을 모아놓고 가운데 서서 외쳤다. 그런데 그 공간이 뭐시냐 좀… 거시기했다. 가운데 엄청 기다란 봉이 있고… 옹기종기 붙어앉은 소파도 이상하게 너비가 넓고 푹신푹신하고… 요상야릇한 색깔의 미러볼이 천장에 달려 있는데. “이거 누구네 전용기입니까?”“알지 말자.”“넵.” 안경은 또 어디서 구해온 거야. 하루종일 공부만 할 것처럼 생긴 허여멀건한 남자가 와이셔츠 양 팔을 걷어부치고 머리도 꽁지로 꽉 동여맨 채 가슴을 두드리며 저딴 말을 외치니까 이건 뭐. “약팔이….”“사기꾼….”“사이비….”“어허!” 임소병이 서당 훈장님같은 호통을 쳤다. 고등학생의 반사 본능으로 찔끔한 조걸.. 2025. 3. 18.
[소병청명] 페르소나 (2) ※ 전생기억환생패러디 + 이능력 세계관      진정하자. 내 트라우마가 아니다. ‘따지자면 전직장이지.’ 임소병은 경련하려는 입꼬리를 꾹 누르며 시큰둥히 비꼬았다. “형식절차 다 건너 뛰고 사업제안? 사천당문도 끝났군요. 길드장은 차남에게 물려주길 바랍니다. 그쪽이 쉬워서.”“난 아직 현역이네. 다 아는 사람들끼리 무슨 체면인가? 제안서 쓸 시간도 아까운 마당에.”“이보세요. 전 댁들을 모릅니다.”“어이, 녹림왕. 천년 만인데 한 잔 받지!”“녹림왕이 아니….”“맹소, 행실을 바로하게.”“그나마 제정신인 사람이 있군요.”“시간 없네. 한시간 안에 남궁황한테 대금 땡기러 가야 해. 이놈이 자꾸 러시아 시차를 들먹이면서 미적거린단 말이야.”“…….” 흩날리는 멘탈 속에서 네 야근 향이 느껴진거야. 임소병이.. 2025. 3. 18.
[소병청명] 페르소나 (1) ※ 전생기억환생패러디 + 이능력 세계관     바람에 질식할 것 같았다.  *  피유우우우우우. 푸우우우우우우. 누군가의 숨 소리가 사무소를 규칙적으로 울렸다. 대낮인데도 형광등을 죄 꺼두어 반쯤 그늘이 차오른 공간이었다. 창문마다 한 글자씩 붙인 촌스러운 고딕체 스티커, '청소부' 틈새를 비껴 들어온 봄 햇살이 길쭉한 그림자를 만들어냈다. 구석구석으로 음영이 가지처럼 뻗어나간 사무실은 커다란 한 폭의 수묵화같았다. 그 수묵화의 정 가운데 긴 창유리를 등진 책상 위로, 한 구둣발이 삐쭉 튀어나와 있었다. 호랑이 가죽을 커버처럼 씌운 고동색 가죽 의자를 한껏 뒤로 젖히고 마호가니 책상에 얄쌍한 다리를 방만히 걸친 사내는 그마저도 부족한지 아예 신문지를 얼굴에 올린 채 오수를 즐기는 중이셨다. 푸우우우. 한.. 2025. 3. 18.
[소병청명] 금욕은 좋지 않습니다 보호되어 있는 글 입니다. 2025. 3. 18.
[소병청명] 낙화난상지 ※ 전생기억환생패러디  청명은 씽크대 밑 수납장 앞에 쭈그려 앉아 고민에 빠졌다. 새벽 세 시. 라면 하나 얼큰하게 끓여 먹기 딱 좋을 시간. 하지만 그가 보고 있는 건 바닥이 시커먼 양은 냄비가 아니라 식칼과 쇠국자, 넓대대한 나무 주걱, 후라이팬이 일렬로 걸려 있는 수납장 측면이었다. 똑똑. 바로 저것 때문이다. 이 새벽에 청명의 숙면을 방해한 간 큰 놈. 저기요. 안에 계세요? 따위의 말 한마디 없이 이 혹한의 추위에 47분째 남의 단칸방 앞에 서서 문을 두드리고 있는 수상한 새끼. 참다못한 청명이 친절하게 먼저 용건을 물었으나 - 뒈지기 싫으면 꺼져!- 배짱 싸움이라도 해보자는 건지, 흔들림 없이 똑같은 박자로 문을 두드려와 살살 미칠 것 같았다. 좋다. 초대하지 않은 손님이라도 대접해주는 게 화.. 2025. 3. 18.